돈 놓고, 먹고 먹히기

그냥 2018. 9. 30. 19:07 by 그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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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둘러보면 온통 돈 버는 것에 둘러싸인 형색이다. 거리의 수많은 간판과 네온사인은 때로 사람들을 도구로 전락시키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구현하는 방식과 형태에 차이만 있을 뿐 그건 온라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걸려오는 전화도 모르는 번호는 이제 받기조차 꺼려진다. 그러다가 정작 받아야 할 전화는 못 받기도 하고.




돈 놓고 돈 먹기.

자본주의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놀이는 돈놀이라고 하고, 그것을 증명하듯 영어에서 이를 지칭하는 말은 Interest다.


언젠가(그래도 지금보다는 그 정도가 덜하던 때로 기억되긴 하지만), 휴대전화가 아닌 일반전화가 전부였던 당시 모 통신회사에서는 좋은 캠페인을 전개하는 양 부모님께 자주(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전화드리라고 광고했던 적이 있었다. 연일 여기저기 이곳저곳에. 그리고 그 광고 문구나 영상을 보며 많은 이들은 어떤 마음의 빚 같은 느낌과 죄송함을 느껴야 했을 것이다.


경험을 통해 느낀 것과 생각만으로 그것이 어떨 것이라고 상상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얼마 전까지 매일 어머님께 전화드렸던 경험에 비춰 과거 캠페인 하듯 부모님께 전화드려야 한다던 그 광고의 기억은 그래서 여러모로 거북하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아니 그때보다 더한 벌이에 대한 욕망이 극으로 치닫는 요즘을 기준으로도.


과연 그 내용을 기획했던 이는 그 내용만큼이나 그리했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그 표면적인 그 좋은(좋아 보이는) 내용과 (자신의 기획으로 벌어들이게 될) 돈벌이 중에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 기획을 발탁하여 대대적으로 광고를 전개한 결정권자들이 찍었을 방점이 어디에 있었는지 그 답은 안 봐도 알 수 있다. 그건 말 그대로 그들의 돈벌이를 위한 광고였으니까.


할부라는 말이 유행할 즈음 그 할부를 바탕으로 영업하는 이들 다수가 (일률적으로 받은 영업 교육의 영향이었겠지만) 하던 말이 있다.


“하루 커피 한 잔 덜 마시면!”


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다른 이가 가져야 할 쉼의 기호마저 절약의 이름으로 막아야 했을 뿐만 아니라 꺼려져야 하는 나쁜 무엇이 되어야 했다.


“남들에게 좋은 금융상품을 소개한다는 자긍심으로 열심히 일했다” 이렇게 말하며 보험왕에 올랐다던 과거 그 업계의 영웅(?)은 이제 자신이 그토록 홍보하며 돈을 벌어주었던 그 보험회사로부터 버려졌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여러 압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세상을 등지기까지 했다.


그를 비롯해 그와 같은 처지에 몰린 이들의 호소에 공감하고, 그들이 주장하는 현재의 입장에 일정 부분 지지한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그 영광의 표면에 자리했던, 좋은 것을 홍보하고 팔았다는 그 말에 일말의 부끄러움은 없는지.


맞다. 현자들이 지엄하게 꾸짖듯 이는 해석의 문제이고 얼마든지 긍정할 수 있는 것임은 인정한다. 더구나 그것이 그래야만 하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그래서 자유의지를 강조하지?


그런데, 그게 싫은 거다. 앞서 인정한 그래야만 하는 세상이라는 것이. 이것이 완벽한 세상이고 이런 세상을 만든 신을 믿어야 한다고? 그래, 안다. 그건 그저 인간들의 말일뿐이라는 것을.


돈을 좇아 돈이 신인 이 세상에서 돈에 힘겨워만 하는 이들이 그와 별로 다르지 않은 또 다른 자신을 옭아매다가 스스로 스러지고 마는 이 악순환의 지옥은 다른 누가 아닌 우리 스스로 바꿔야 한다. 문제는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는 거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으니. 무엇보다 내 코가 석 자인 먹고사는 문제가 급선무인 생존 문제에 맞닥뜨린 상황에서는.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들을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닭과 달걀의 문제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이 모든 생각들은 현실의 문제인 동시에 그렇게 인식하는 내 생각일 뿐이기도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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